수학에 관한 글 모음
1. 응용수학 순수수학
2. KAIST는 참 좋은 곳입니다.
3. 수학이 싫은 사람은 대학원 진학을 하지 말아야
4. 때로는 정확한 답이 옳은 답이 아닐 수도 있다?
5. Sequoia Tree가 거목이 되는 방법.
6. 신입생 환영회를 하고 (2007-03-15)
어느 수학과 웹 페이지에선가 수학은 크게 응용수학과 순수수학으로 나눈다고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사실 한번만 본 것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자주 보게 되는 말이다. 그러나 무엇인 응용 수학이고 무엇이 순수 수학인지 하는 것이 무 썰듯이 확연하게 두 개로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사람들은 흔히 응용수학은 현실 문제에 응용하는 수학이고 순수수학은 현실의 문제와는 상관이 없는 순수한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글쎄 이 세상에 현실의 문제와는 상관없이 단순한 지적인 호기심에서 태동되고 발전할 수 있는 학문이 있을 수 있을까? 철학이라는 학문이 그랬을까? 수학이란 학문이 그랬을까? 어떤 종류의 이유이던 간에 사람들을 괴롭히는 문제가 발생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문이 태동되고 발전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때로는 그렇게 시작하고 발전된 학문 분야가 너무 커서 전체적인 것을 조감하지 못하고 한 부분만을 보고 문제를 해결 하려고 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때론 이러한 문제가 실제의 문제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모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단순한 지적 호기심만으로 하는 일이라고 할 수는 없다.
물론 너무 지나치게 실제의 문제에 집착하다가 보면 학문이 발전하지 못하여 오히려 쓸모 없는 기형적인 학문이 될 수도 있지만 또한 고의적으로 실제의 문제와 스스로를 고립 시킨 채 ‘내가 하는 것은 순수학문이지 응용학문이 아니야’ 또는 ‘역시 학문은 순수 학문을 해야 돼’ 하는 식으로 스스로를 속인다면 그 학문은 기형적인 3류 학문이 되고 만다. 반면에 학문의 발전은 많은 수의 학자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일반화의 작업이 필요하다. 또한 그 결과 일반화 된 문제의 학문적 호기심이 그들의 자극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학문이 전체적으로 지향하는 방향은 실제의 문제에 기반들 두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순수학문 다시 말해 학문만을 위한 학문이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응용수학이라는 말을 쓴다. 뿐만 아니라 KAIST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응용수학과를 따로 두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Brown University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그러하다. 뿐만 아니라 응용 수학자 그룹들이 수학과에서 응용수학과로 분리되어 지려는 움직임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면 응용수학 이라는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그저 단순히 순수수학에 대비되는 분야로 생각하면 그다지 정확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여러 사람들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확정적으로 이러한 뜻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는 것도 아전인수 식의 주장이 될 뿐이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들을 정리해 보고 각자가 주어진 상황에서 적당한 의미를 취하는 것은 서로에게 유익한 것일 것이다.
첫째 응용수학을 수학의 한 분야로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응용수학이라는 말이 수학의 몇 가지 분야를 아우르는 하나의 종합된 분야로 쓰이고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응용수학은 역학에서 태동된 학문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여러 현상들을 수학적인 형태로 나타내는 과정을 Modelling (모델링)이라고 한다. 역학의 문제들이 미분방정식의 형태로 쓰여 지면서 역학과 수학은 동반적으로 크게 발전하게 된다. 그리고 그 해를 연구하는 주요 방법이 Analysis (해석학)이다. 또한 많은 경우에 있어서 수치적으로 계산해 낼 필요가 있는데 이를 Scientific Computing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러한 계산을 이론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Numerical Analysis (수치해석) 이다. 위의 분야들은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분야이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이러한 분야를 뭉뚱그려서 응용수학이라는 말로 부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전공이 응용수학이라는 말은 의미가 있는 말이다. 그러나 누구도 자신의 전공이 순수수학이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전공이 대수학이라든지 기하학이라든지 하는 말은 의미가 있지만 순수수학이라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순수수학이라는 분야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역학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공학 생물학 화학 병리학 의학 정보 통신 경제 등의 여러 문제들 중에도 모델링과 그에 대한 해석과 수치적 계산을 동반하곤 한다.
또 한편으로는 현실문제에 구체적으로 적용한다는 의미에서 응용 수학이라는 말을 쓴다. 따라서 적용할 것이 있기만 하면 그 분야가 기하학이든 대수학이던 위상 수학이던 그 무엇이던 간에 응용수학이라고 부른다. 사실 정부나 대학 행정가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이러한 의미로 응용수학을 이해한다. 이러한 개념은 학문 자체에만 안주하지 말고 구체적인 현실의 문제와 연관을 지으라는 큰 자극제가 되어 수학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게하는 긍정적이 효과를 나타내게 된다. 그러나 또한 이러한 방식으로는 응용수학이 수학의 모든 분야와 다시 섞이는 효과를 갖게 됨으로 학문의 분야로서의 구심점의 역할을 잃기 쉽다.
자신이 갖고 있는 개념을 들이 대면서 응용수학이란 이것이고 아닌 것은 잘못된 것이야 하는 식의 주장은 하지말자. 오히려 각각의 주어진 상황 속에서 보다 발전적인 개념이 무엇인지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2.
KAIST는 참 좋은 곳입니다. (
오늘로 IMI 2005가 끝났습니다. 물론 내일 관광이 남아 있어서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루가 남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끝났다고 할 수 있겠지요. 특히 여러 가지 봉사로 도움을 준 대학원생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나는 이제 KAIST에 온지 4개월이 지났습니다. 오랫동안 이곳에 계셨던 교수님들께서 학교 돌아가는 일을 더 잘 알고 계시겠지만 온지 얼마 안 되는 사람의 관점에서 더 잘 볼 수 있는 것도 있을 것 같아 그런 관점이 사라지기 전에 몇 개의 글을 올릴까 합니다. (물론 잘못 이해하는 것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는 이해해 주시길...) 학부생들 보다는 대학원생들을 특히 박사 과정에 있거나 준비하는 학생들 그리고 그 이후에도 계속 학문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글입니다.
KAIST는 참 좋은 곳입니다. 연구할 환경이 잘 갖추어져 있고 대학 당국도 매우 협조적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러한 환경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계획이 있어야 합니다.
박사 학위를 받은 후에도 계속해서 학문을 하고자 하면 그래서 대학에 자리를 잡고자 한다면 여러 가지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무엇이 필요한지 조금 더 일찍 계획을 갖고 조금 더 일찍 노력한다면 그리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인다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논문이 많으면 사람들이 와 했습니다. 그리고 논 문 개수가 좌지우지 했습니다. 앞으로도 논문 개수는 중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 말고도 다른 요소들이 점점 더 중요하게 될 것입니다. 무엇이 중요하게 고려되는지 생각해 봅시다.
우선은 독립적이 되어야 합니다. 너무 지나치게 예속적이 라면 가령 졸업을 하고나서도 계속해서 자신의 지도 교수하고만 논문을 쓴다면 사람들은 그를 예속적으로 볼 것입니다. 그럴 경우 고용을 해도 한사람의 몫을 제대로 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연구 동료들을 만들어야 합니다. 자기가 속한 lab에만 안주해서 그 밖의 것에는 문외한이 되면 안 됩니다. 물론 lab에서의 연구마저 집중하지 못하고 겉돈다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관심의 저변을 넓혀 나가야 합니다. 다른 lab에서는 무엇을 하는지 관심을 갖고 때론 다른 교수님들과 대화도 하고 하는 것은 필요 합니다. 내가 다른 lab에 가서 관심을 보이거나 다른 교수님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은 배신행위라는 식으로는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물론 다른 교수님들이 바쁘셔서 관심을 가져주지 못하실지 몰라도 혹시 압니까 일이 잘 풀려서 한건 성사될지. 그리고 사실 학생들이 자신의 일에 관심을 갖는 다는 것이 기분 나쁜 일은 아니지요.
더구나 학교에서는 외국인 교수들을 초청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학과 내에도 여러 외국인 교수님들이 와 계십니다. 그러나 과연 이분들이 잘 활용되고 있는지 의문이 갑니다. 물론 우리의 특성상 처음 시작부터 이런 프로그램이 잘 활용하기는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활용도가 늘어 가야 합니다. 물론 학생들이 관심이 있을 사람들이 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각 lab지도 교수님들이 관심이 있는 외국인 교수들이 초청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번 IMI meeting도 참 좋은 기회였습니다. 각 lab에서 관심을 기울일 만한 외국인과 내국인 연사들이 많이 와서 알차게 진행 되었습니다. 학생들이 관심을 갖은 강의가 있었다면 준비한 교수님에게는 보람이었을 겁니다. 더구나 학생들 중에 몇몇이 연사들에게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명해서 뭔가가 진행 된다면 이런 미팅을 하길 너무 잘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많은 경우는 새로운 연구로 진행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만난 외국인 교수나 내국인 학자나 또는 학과내의 다른 교수님이 조금 더 친절한 추천서를 써줄 수도 있는 것이고 이게 도움이 됩니다. 가령 외국 대학의 교수가 저명 대학이면 더 좋고 저명 교수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플러스가 됩니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박사학위를 받은 후 포닥을 몇 년 하게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supporter를 만드는 것입니다. 물론 자신이 하던 연구는 계속 발전 시켜 나가야 하구요. 따라서 KAIST에서 학위를 하고 다시 KAIST에서 포닥을 하는 것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 경우도 1,2년 이하로 기간을 줄여야 합니다.
또 다른 것은 영어입니다. 국내의 거의 모든 대학들이 국제화를 외치며 영어 강의 능력을 요구 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응용수학과는 영어로 강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항상 외국인 교수가 있고 영어로 진행되는 활동들이 많이 있습니다.
KAIST는 위에서 언급한 것들을 위한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국내에서 거의 유일한 대학입니다. 나는 우리 대학원생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독립적으로 계획적으로 움직였으면 합니다.
두서없이 이것저것 적었습니다
3. 수학이
싫은 사람은 대학원 진학을 하지 말아야 (
방금 석사입학 면접을 보았다. 나의 소감은 간단하다. 수학이 싫은 사람은 대학원에 진학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관심도 없으면서 열의도 없으면서 그냥 대학원에 진학 하는 사람들은 없어야 한다.
4. 때로는 정확한 답이 옳은 답이 아닐 수도 있다? 목록
수학적인 사고란 무엇이라고 명확하게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래의 글을 예로해서 어떻게 분석하는 것이 수학적인 분석이고 어떤것이 수학적이 분석이 아닌지 생각해 보자. 글을 이해하려면 미식축구의 룰을 알아야 하는데 터치다운을 하면 7점이라는 것만은 알고 있으면 아래의 글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글의 시작-
1996년 오클라호마 주립대학 미식축구 팀은 시즌 마지막 시합에서 상대팀을 격파하면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리게 되는 상황이었다. 오클라호마
주립대학 미식축구팀이 무려 6점을 뒤진 가운데 남은 시간은 겨우 1분이었다. 그리고 상대편 골라인에서 80야드가
떨어진 곳에 공격라인을 치고 있었다. 게다가 비마저 억수같이 내리고 있었다. 온몸에 진흙이 묻어 누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는 상황에서 주립대학 선수들의 얼굴에는 좌절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때 코치가 상급생 선수들을 불러 모은 뒤 쿼터백인 랜디에게 원하는 작전을 마음대로 구사해보라고 지시했다. 팀이 스크럼을 짜는 순간 놀랍게도 랜디가 "13" 하고 작전 명령을 내렸다. 그 작전은 한 번도 구사해 본적이 없었으며, 물론 연습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작전13이 제대로 먹혀들어 오클라호마 주립대학팀이 점수를 올려 1점차로 승리를 거둔 것이다. 응원단은 그 기적 같은 상황에 미칠 듯이 열광했다. 선수들은 랜디를 목말을 태워 운동장을 돌았다.
코치가 랜디에게 물었다. "자네는 무슨 생각으로 작전 13을 외친건가?" "스크럼을 짠 상태에서 해리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울고 있더군요. 졸업 전의 마지막 시합에서 진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났겠지요. 랠프를 쳐다보니 그 친구도 울고 있는 게 아닙니까! 그래서 졸업반인 두 학생을 위로하는 뜻에서 그들의 배번인 8과 7을 더해 무작정 13이라고 외쳤던 거예요." 그 말에 코치가 웃으며 말했다. "랜디! 8과 7을 더한 수는 13이 아니야!" 그러자 랜디가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코치님 말씀이 맞습니다. 하지만 제가 코치님처럼 현명했다면 우린 오늘 시합에서 이기지 못했을 겁니다!"
그렇다. 때로는 정확한 답이 옳은 답이 아닐 수도
있다.
-글의 끝-
분명히 재미있는 글이다. 나도 처음 읽었을 때는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극적인 게임의 상황을 이해한 상태에서 글의 마지막 comment "그렇다. 때로는 정확한 답이 옳은 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참 마음에 와 닿는다. 그러나 ......
그러나 곰곰이 생각 하다보면 뭔가 잘못 됐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사실 이글을 읽으면 응당 머리가 아파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갖고 있던 상식을 부정하기 때문이다. 가령 "제가 코치님처럼 현명했다면 우린 오늘 시합에서 이기지 못했을 겁니다!" 는 말은 위의 상황에서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지만 현명하면 이겨야지 졌을 거라니 한편으론 해괴한 말이 아닌가? 그러니 머리가 아파야 당연하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왜 그토록 공부도하고 머리도 쓰고 하는가? 그렇다면 우리가 괜한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인가? 우리는 문제에 봉착할 때 마다 좀 더 옳은 답 좀 더 정확한 답을 찾기 위하여 그다지도 노력하는데 그게 필요 없다는 말인가? 위의 글을 읽다 보면 그런 것도 같은데 으아!!! 머리 아파라. 이제까지의 나의 삶을 돌리도!!!!
더구나 마지막 문장 "그렇다. 때로는 정확한 답이 옳은 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도 위의 상황에서는 맞는 말 같기도 한데 정확한 답이 옳지 않을 수도 있다니, "으아 해괴하다!!!! 누구 나 좀 살리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왜 이러한 머리 아프고 해괴한 일이 생긴 것일까?
이와 같은 상황에 대처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처음 방법은 원래 세상만사는 복잡해서 이해하기 어려우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 가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취하는 방법이다. 모순이 되는 것을 풀어 보겠다고 노력하다 보면 오히려 더 머리만 아프니 이 심오한 세상의 진리를 어찌 내가 터득하리요 하는 겸허한 마음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이제까지 한두 번만 그랬나? 그것을 선택한다면 다음을 읽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이런 해괴한 상황을 정리해서 무엇이 우리를 괴롭히는지 파헤쳐 보는 것이다. 수학을 하는 정신에 적합한 방식이다. 찜찜한 것을 그냥 넘어 가는 것은 수학 하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아니다. 그러면 수학이 이런 상황을 분석하는 능력을 제공할까? 수학의 어떤 정리도 이 문제를 해결하진 않는다. 그러나 수학을 하며 머리를 굴리던 것을 기억하면서 아픈 머리를 좀 시원하게 정리해 보자.
우선 나는 위의 글을 쓴 사람(나의 친구)에게 해명을 요구 했다. 다음은 그의 해명중의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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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답 ― 내가 생각하기에 이 글에서 정확한 답이란 주어진 문제를 현재의 상황에서 계산 가능하고 파악할 수 있는 변수를 가지고
예측해낼 수 있는 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예를 들어 주식이나 날씨 같은 것은 실제 현실 세계에서
거의 무한개의 변수를 가지고 있지만 적절한 모델링을 이용해서 변수를 중요 요소들로 제한하고 그것들만으로 이루어진 시스템을 만들어서 최대한 현실세계를
근사치로 표현하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럴 경우 정확한 답은 인간이 현재의 상황에서 파악해낼 수 있는
최선의 답이 아닐까? 이러한 것들은 과학을 제외한 인간적 문제에서도 나타난다. 어떤 개인이나 단체가 의사결정이나 판단을 내릴 경우 A, B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자. A는 이러저러 해서, B는 요모조모로 봤을 때 우세하다고 하면 이때 많은 생각과 의견이 모여져서
답을 선택 하게 된다. 이런 경우 현재의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라고 여겨지는 것을 정확한 답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옳은 답 ― 내가 생각하기에 이 글에서 옳은 답이란 답의 유추 과정에 상관없이 가장 좋은 결과를 유도한 답이 아닐는지? 이러한 현상은 수학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용정이가 언급했듯이 수학에서는 정확한 답이 항상 옳은 답이다. 그렇지만 사회문제나 심지어 과학에서도 예기치 않은 돌출 변수의 출현이나 확률적으로 희귀한 사건의 발생 등으로 우리가 얻어낸 최선의 답이 가장 좋은 결과를 못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갑이 길을 가다. 버스와 지하철을 선택해야
했다. 평소 버스로는 20분이 걸리고 지하철로는 15분이 소요되는데 그 날 문제가 생겨서 지하철이 30분이 소요 됐다면
지하철 선택은 정확한 답을 선택한 것이고 버스는 옳은 답을 선택 한 것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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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친구가 참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대답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위의 설명을 더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리고 옳은 답과 정확한 답이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은 더욱 이해하지 못한다. 이는 마치 질문하는 학생에게 더욱 어렵게 만들어서 다음에는 질문할 엄두도 못나게 하는 효과를 갖게 될 뿐이다. 더구나 그 개념을 위와 같이 장구하게 또한 자의적으로 정해 주어야만 한다면 오히려 처음의 주장을 철회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이제 처음 글의 상황을 분석해 보겠다. 글을 잘 보면 두 개의 문제가 등장한다. 처음 문제는 미식축구 경기에서 적절한 작전을 찾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8+7의 답을 찾는 문제이다. 원래는 작전을 찾는 문제뿐이었는데 그 랜디라고 하는 쿼터백 놈이 그 문제의 답을 엉뚱하게 두 숫자를 더하는 문제로 대치시켜 버렸다. 이것은 분명히 매우 나쁜 자세이다. 거의 자포자기 수준인 것이다. 그런데 그 덧셈마저 틀려버린 것이다. 그러나 무슨 상관이냐 전혀 관련 없는 문제였는데. 그런데 기적이 이러난 것이다. 그 엉터리 답으로 게임을 이겨 버린 것이다. 그러면 마지막 문장 “정확한 답이 옳은 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8+7이라는 문제의 정확한 답이 이와는 전혀 별개인 적절한 작전을 찾는 문제의 옳은 답이 아닐 수 있다”는 의미이다. 물론 당연하다. 그러나 문제는 위의 주장이 마치 사람들에게 “어떤 한 문제의 정확한 답이 그 문제의 옳은 답이 아닐 수 있다”는 식으로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글의 상황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억지 주장일 뿐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나무가 General Sherman이라고 불리는 나무로 그 나무
밑에서 사진을 찍어보는 즐거움을 갖았었다. 그러나 그나무의 크기보다 더욱 인상 적인 것은 그나무의 수령이 2500년을 넘어 선다는 것이었다. 2500년 을 조금 씩이나마 꾸준하게 포기하지 않고 자란다면
저렇게 큰 나무가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나에게 참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우리도 꾸준히 수학을 하다보면 저렇게 큰나무가 될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2500년을 살아야 한다는 건데... 운동도 하고 건강해야 겠다. 
6. 신입생 환영회
목록
방금 대학원 신입생 환영회가 있었다. 내일이면 학부 신입생 환영회를 할 것이다. 몇 가지 당부를 적어 본다.
개인 마다 다를 수는 있겠지만 모든 신입생들은 대학원에 진학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가다 보면 어느 사이에 그 이유를 잊어 버리곤 그냥 대학원 생활을 하게 된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잘 생각해 보지 않고 진학을 한 것이라면 지금이라도 늦은 것은 아니다.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고 대학원에 진학한 이유와 목적을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목적이 없는 삶은 어디로 흘러갈지 알기
어렵다. 물론 목적이 있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목적이 집중하고 자신의 삶이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항해 이어야 한다.
대학 생활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동료들이 있고 선생님들과 지도 교수가 있고 그 속에서
부대끼고 하면서 또한 조금씩 배워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때론 혼자 있는 시간들도 필요하다. 혼자 생각하고 고민하고 혼자 연구하면서 채워 나가야 할 부분들도 있다. 너무
혼자 생활하는 대학원 생활도 그리고 혼자 있지 못하고 누군가와 함께 있어야만 하는 대학원 생활도 하지 말자.
땀을 흘리는 즐거움을 배운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 삽을 들고 괭이를 들고 밭에 나가 땀이
나도록 일을 한 후에 목을 축이고 집에 누웠을 때에 몸으로 전해 오는 짜릿한 쾌감을 느낀 적이 있는가? 연구도
비슷한 면이 있다. 몇 일 동안 땀을 흘리며 일을 한 후에 샤워를 하고 주말에 잠깐 쉬면서 여유를 갖는
다면 거기에 잔잔한 쾌감이 올 것이다. 여기서 공부를 한다고 하지 않고 일을 한다고 표현 했다. 정말 땀을 흘리며 연구를 한 후에는 공부라는 표현을 쓰기 보다는 일을 했다는 표현을 쓰고 싶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정말로 일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수학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그런데 그 시간 중에 count
되는 것은 집중하는 시간뿐이다. 집중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내가 잠자리에 들면서 무언가 생각하고 또 상상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책상에 앉아 지난밤 꿈에 상상하던 것을 확인해 보고 마치 인터넷
게임만을 몇 일간 생각하다가 꿈도 꾸고 상상도 하듯이 내 머리 속에 몇 일간 내가 해결하고자 하는 수학 문제로 뒤덮이는 경험을 해 나가다 보면
아마도 대학원에 진학한 목적들이 하나씩 이루어져 나가지 않을까?
그러한 과정들은 우리에게 성취감을 주기도 하겠지만 또한 우리를 당당하게 만들 것이다. 나는
어느 때부터인가 당당한 학생들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조금은 뻔뻔스러워도 좋다. 내실이 있어서 당당하지 않아도 그저 당당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모습들이 나를 즐겁게 한다. 우리가 열심히 살고 집중하고 조금씩 성취해 간다면 우리는 또한 조금씩 당당해 질 것이다. 당당하되 거만하거나 교만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남의 것을 존중해
주기만 하면 된다. 내가 나의 것을 당당하게 주장하는 것만큼 다른 이의 것을 존중해 준다면 그 당당함은
누구의 눈에도 거슬리지 않는 당당함이 될 것이다.
대학원은 나의 연구를 조금씩 시작하는 시간이다. 그 일을 땀을 흘리며 열심히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나 너무 자신이 속한 연구실에만 안주 한다면 또한 큰 발전을 기대하지 못한다. 대학원 기간은 또한 많은 분야의 수학을 경험하고 느끼는 기간이 되어야 한다.
무엇인가 시작하는 때가 있다. 그리고 새로운 시작에는 새로운 기회가 있다. 그러나 그 기회는 너무 쉽게 날라가 버릴 수도 있다. 나의 당부가
그러한 기회를 날려 버리지 않고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